한국의 야생화/10월의 야생화

나무의 수피[이유미님의 글]

박흥식 2022. 2. 9. 04:27

나무의 외투는 가지각색이다. 자작나무는 하얀 신사복을 주로 입으며 플라타너스는 녹색의 얼룩 얼룩한 옷을 즐겨 입는다. 여기다 플라타너스는 만니톨이라는 당분까지 첨가하여 비가 오는 날이면 독특한 냄새까지 난다. 한편 모과나무나 배롱나무, 노각나무들은 노란색의 아름다운 무늬가 새겨진 옷을 입는다. 소나무는 거북등처럼 갈라진 적갈색의 두툼한 외투를 입고 있다. 굴참나무는 푹신푹신한 코르크 외투를 입고 있고 벚나무는 홍갈색의 얇은 외투를 입고 있다.

나무의 줄기를 감싸고 있는 조직을 번문용어로 수피라고 한다. 수피 즉 나무의 껍질은 줄기의 부피생장을 진행시키는 형성층의 바깥쪽에 있는 모든 조직을 통틀어 일컫는데 언뜻 보기에 한 층의 조직으로 보이지만 여러 겹의 서로 다른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끊임없이 형성되고 사멸된다.

흔히 관다발식물이라 하면 식물체내 수분의 통로인 목부와 부피생장을 주도하는 형성층, 그리고 영양분의 통로인 체관부가 하나의 다발로 이루어져 있는 식물을 말한다. 일반적인 관다발 체계는 가운데 형성층을 중심으로 안쪽으로는 목부와 바깥쪽으로 체관부가 서로 붙어 있다.

체관부의 바깥쪽에는 피층이라는 피부조직이 있고 피층의 바깥쪽에 코르크 형성층이 있다. 코으크 형성층은 줄기 내부의 형성층과 마찬가지로 살아 있는 세포조직으로 계속 새로운 코르크를 만들어 제일 바깥쪽에 코르크층을 형성한다.

나무가 살이 찌는 방향은 중심에서부터 바깥족으로 살을 붙여가는 것이 아니라 바깥쪽에서부터 안쪽으로 목질조직을 밀어내는 과정이다. 나무의 살아 있는 형성세포는 나무의 외곽 쪽으로 분열해 나가면서 안쪽으로 오래된 세포를 쌓아간다. 즉 안으로 갈수록 오래된 세포가 남아 있는 것이다. 안쪽 세포는 생명활동을 도모했던 세포 내용물은 다 버리고 대신 세포 속을 목질 성분으로 채워가면서 몸을 지탱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단단한 조직으로 만들어간다. 우리가 이용하는 목재가 바로 나무의 이런 속조직이다.

나무의 생산조직이 줄기의 외부에 존재하기 때문에 속을 비어내더라도 나무의 기본 생존에는 별 지장이 없다. 도심에서 나무의 속이 상하여 외과수술을 받은 것을 가끔볼 수 있는데 나무의 줄기 속을 파내어 부실한 조직을 제거하고 대신에 콘크리트로 채워 넣더라도 나무 의 생명에는 아무런 해가 없는 것이다.

결국 나무에게 중요한 활동부위는 줄기의 중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수피의 바로 몇 센티미터 안쪽에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나무의 옷 수피의 중요성은 새삼 말할 나위도 없는 듯하다.

코르크층으로 이루어진 수피는 수분의 손실을 막고 외부로부터의 충격이나 병원균의 침입을 막아준다. 수피의 공기 유통을 위해 수피의 숨구멍인 껍질눈이 있다. 소나무에는 수지구가 있어 상처가 나면 송진을 분비하여 병원균의 제2, 3차침입을 막는다.

해마다 만들어진 수피는 매년 새로운 수피로 대체되지만 나무에 따라 수년 동안 겹겹이 쌓이기도 한다. 겹겹이 쌓인 코르크 조직은 일찍이 세포를 발견할 수 있게 하는 역사적인 계기가 되었으며 포도주의 향을 보존하기 위한 병마개로서 더 없는 역할을 한다. 또한 코르크 조직은 가볍고 방수성이 뛰어나 구두밑창, 선박의 내부재 등으로 이용되어 왔다.

강원도나 경상북도의 산이 깊은 곳에 발달한 너와집은 굴참나무를 벗겨 지붕으로 이은 집을 이른다. 굴참나무는 유난히 두겁고 잘 발달된 코르크 수피를 형성하는데 코르크층을 잘 벗겨낸 후 몇 년이 지나면 다시 두꺼운 코르크 수피층이 만들어진다.

수피 속에는 다양한 물질들이 만들어지고 저장되기도 한다. 침엽수가 나무좀벌레의 공격을 받으면 목부의 살아 있는 세포는 수지구를 만들어 수지의 분비를 촉진함으로써 공격에 대항한다. 육계나무의 얇은 껍질인 계피는 한약재로 이용되며, 참나무류는 염료를 만들거나 생가죽을 무두질하는 데 이용되는 탄닌을 만든다. 고무나무의 고무, 무화과나무의 하얀유액들도모두 수피에서 만들어진다.

줄기의 옷이 코르크층으로 만들어진 수피라고 한다면 잎의 옷은 얇은 큐티클로 만들어진 방수성 각피옷이다. 각피층의 표면에는 매끈하고 윤이 나는 왁스층이 엎여 있어 잎이 쉽게 건조되는 것을 막아준다. 왁스는 물과 궁합이 전혀 맞지 않는 물질로 식물체내에서도 이동성이 적으며 왁스가 축적되는 곳에서 가까운 표피세포에서 만들어진다. 만일 왁스나 큐티클층이 없다면 식물은 수분 증발이 가속화 되어서 결국 말라죽고 말 것이다. 또한 큐티클층은 병원균의 침입이나 기계적인 손상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식물의 뿌리를 보호해 주는 조직으로는 수베린이라는 물질이 있다. 수베린은 식물이 상처를 받았을 때, 예를 들어 낙엽이 진 후나 감자의 덩이줄기를 잘랐을 때 상처 난 조직으로부터 생긴다. 수베린은 뿌리 세포벽에 긴 띠 모양의 카스파리안대(caspanan stnp)를 만들어 수분이 세포벽을 함부로 넘나드는 것를 막는다. 항상 물기가 있는 흙 속에 몸을 담그고 있는 부리에게는 정말 지혜로운 발명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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